압권과 대책이라는 말이 과거시험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시험이 끝나면 1등을 차지한 장원의 답안지를 임금이 가장 먼저,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다른 답안지들 위에 올려두었는데 이처럼 장원의 답안지가 다른 답안지를 눌러 덮는 모습에서 ‘압권(壓卷)’이라는 표현을 썼고 과거시험에서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출제된 문제를 ‘책문(策問)’이라 하였는데 이에 대해 응시자가 작성한 답변, 즉 해결 방안을 ‘대책(對策)’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1447년 세종 29년 세종이 직접 출제한 문제와 답
왕은 말하노라.인재는 천하국가의 지극한 보배다. 세상에 인재를 드어서 쓰고 싶지 않은 임금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국왕이 인재를 쓰지 못하는 경우가 세 가지 있으니 첫째는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요 둘째는 인재를 절실하게 구하지 않기 때문이요 셋째는 국왕과 인재의 뜻이 합치되지 못할 경우이다. 또한 현명한 인재가 어진 임금을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세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위와 통하지 못하는 것이요 둘째는 뜻이 통하더라도 광경 하지 않는 것이요 셋째는 임금과 뜻이 합치되지 못하는 것이다. 임금이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고 신하기 임금과 통하지 않는 것은 비유하자면 두 맹인이 만나는 것과도 같다 어떻게 하면 인재를 등용하고 육성하고 분면할수 있겠는가? 각기 마음을 다해 대답하라 라는 문제에 장원급제한 강희맹의 답안지다. 한시대가 부흥하는 것은 반드시 그 시대에 인물이 있기 때문이요 한시대가 쇠퇴하는 것은 반드시 세상을 구제할 만 큰 유능한 보좌가 없기 때문입니다. 임금이 올바른 도리로 구하면 인재는 항상 있기 마련입니다. 어찌 인재가 없다고 다정하여 다른 세상에서 구해올 수 있겠습니까? 세상에 완전한 사람은 없습니다 따라서 적합한 자리에 기용해 인재로 키워야 합니다. 그리고 전능한 사람도 없습니다. 따라서 적당한 일을 맡겨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능력 있는 사람의 결점과 허물만 지적하고적 발한다면 아무리 유능한 사람도 쓸 수 없게 됩니다. 그러므로 인재를 선발할 때는 단점을 버리고 장점을 취하는 것이 인재를 구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인데 이렇게 하면 탐욕한 사람이나 청렴한 사람을 가르지 않고 모두 들어 쓸 수 있게 됩니다.
광해군 책문 "섣달 그믐밤의 서글픔, 그 까닭은 무엇인가" 에 대한 답 1
섣달 그믐밤의 서글픔, 그 까닭은 무엇인가?" 가면 반드시 돌아오니 해이고, 밝으면 반드시 어두워지니 밤이로다. 그런데 섣달 그믐밤에 꼭 밤을 지새우는 까닭은 무엇인가? 어렸을 때는 새해가 오는 것을 다투어 기뻐하지만, 점차 나이를 먹으면 모두 서글픈 마음이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세월이 흘러감을 탄식하는 데 대한 그대들의 생각을 듣고 싶다. 이명한의 답지를 보면 이렇게 적어내었다.인생은 부싯돌의 불처럼 짧습니다. 밝음은 어디로 사라지고, 어둠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잠깐 사이에 세월은 흐르고, 그 가운데 늙어가는구나 한 것은 바로 위응물의 말입니다. 뜬구름 같은 인생이 어찌 이리도 쉽게 늙는단 말입니까? 하루가 지나가도 사람이 늙는데, 한 해가 지나갈 때야 말할 것도 없습니다. 네 마리 말이 끌 듯 빨리 지나가는 세월을 한탄하고, 우산에 지는 해를 원망한 것도 유래가 오래되었습니다.한 해가 막 끝나는 날을 섣달 그믐날(除日)이라 하고, 그 그믐날이 막 저물어 갈 때를 그믐날 저녁(除夕)이라고 합니다. 네 계절이 번갈아 갈리고 세월이 오고 가니, 우리네 인생도 끝이 있어 늙으면 젊음이 다시 오지 않습니다. 역사의 기록도 믿을 수 없고, 인생은 부싯돌의 불처럼 짧습니다. 젊었을 때 품었던 꿈은 아직 다 이루지 못했건만 힘겹게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니, 늙음이 안타깝고 흐르는 세월이 안타까워 잠들지 못했던 것입니다. 인생은 구렁텅이에 빠진 뱀과 같고, 백 년 세월도 훌쩍 지나갑니다. 지난날을 돌이키면 괴로움만 남는데 살아갈 날은 얼마 남지 않았으니 , 글로 표현하자니 모두 안타까운 호소일 뿐입니다.
광해군 책문 "섣달 그믐밤의 서글픔, 그 까닭은 무엇인가" 에 대한 답 2
늙은이나 젊은이나 마음은 다 같고,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날은 다 똑같은 날입니다. 어릴 때는 폭죽을 터뜨리며 악귀를 쫓는 설날이 가장 좋은 명절이어서, 섣달 그믐날이 빨리 오기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그러나 점점 나이가 들어 의지와 기력이 떨어지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세월을 묶어둘 수도 붙잡아 둘 수도 없습니다. 날은 저물고 길은 멀건만 수레를 풀어 쉴 곳은 없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여덟아홉은 됩디다. 묵은해의 남은 빛이 아쉬워서 아침까지 앉아 있는 것이고, 날이 밝아 오면 더 늙는 것이 슬퍼서 술에 취해 근심을 잊으려는 것입니다. 풍악소리 노랫소리 귀에 그득 울리게 하고, 패를 나누어 노름을 하면서 정신과 의식을 몰두하는 것은 억지로 즐기려는 것일 뿐입니다 몸은 성한데 운이 다한 사람도 있고, 재주는 많은데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객지에서 벼슬하는 사람은 쉽게 원망이 생기고 뜻있는 선비는 유감이 많습니다. 맑은 가을날에 떨어지는 나뭇잎도 두려운 데, 섣달 그믐밤을 지새우는 감회는 당연히 배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이 세월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이지, 세월이 사람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지는 않습니다.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세월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은 부질없는 생각일 뿐입니다. 세월은 이처럼 빨리 지나가고, 나에게 머물러 있지 않는다. 죽을 때가 되어서도 남들에게 칭송받을 일을 하지 못함을 성인은 싫어했다. 살아서는 볼 만한 것이 없고 죽어서는 전해지는 것이 없다면, 초목이 시드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무지한 후진을 가르쳐 인도하고, 터득한 학문을 힘써 실천하며, 등불을 밝혀 밤늦도록 꼿꼿이 앉아, 마음을 한 곳에 모으기를 일평생 하십시오. 그렇게 하면 깊이 사색하고 반복해서 학습하게 되어, 장차 늙는 것도 모른 채 때가 되면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일 것이니, 마음에 무슨 유감이 있겠습니까